옥이는 여고동창이다. 여고시절부터 같이 하였으니 정말 내 모습의 이꼴저꼴을 다 보인 오랜 친구다. 조금 멀어졌다 가까워졌다가..필요에 서로 연락하고 사는데 요즘 뜸하여 연락하였더니 남편이 건강검진을 받다가 암이 발견되어 입원하였다 한다.
그래서 병원식당에서 점심을 같이 먹은지가 얼마되지도 않구마는..괜찮냐고 연락하였더니 수술휴유증으로 당뇨수치가 높아져서 재입원하였다고 하였다
어제는 작은 봉투를 들고 병원에 다녀왔다. 돌아오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여고시절 때, 정말 하얗고 키크고 이쁘던 옥이는 서글서글한 성격이나 모습이 내 동생과 많이 닮았었다. 가난한 홀어머니 밑에서도 너무나 구김살없었던 옥이는 인물이 워낙 출중하여 22살에 재산이 많은 집에 시집을 갔다
남편은 지금의 대성산업 비서실에 근무하는 남자였고 옥이의 남편도 참 인물이 좋았다. 부잣집 장남이던 옥이남편은 봉급장이를 계속 못한다며 대구로 내려왔다. 사업이라고 벌리는 것마다 썩 잘되지는 않았다고 기억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상속을 많이 받았고 인물이 좋은 집이라 아들 셋도 참 인물이 훤칠했다. 30대에는 우리집과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어 많은 시간을 같이 하였다. 사람좋은 옥이남편은 나와는 그냥 오랜 친구같은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옥이는 살림을 야무지게 잘 하는편은 아니었는 듯하여 부부가 우리집에 오는 걸 즐기는 편이었다
아들 셋. 둘째는 우리 아들과 중고등학교를 같이 다니기도 하고 과외도 같이 시키고 학원도 같이 다녔다. 지금은 간호사와 결혼하여 호주에 살고 있다
첫째아들. 고등학교 때부터 머리가 아파서 병원에 입퇴원을 하더니 부부의 평생 짊어져야 할 짐이 되었다. 셋째는 서울의 유수 미술대학을 다녀 미술학원을 운영하다 영국으로 유학.
아들, 요즘은 아들이 큰도둑이라더니 옥이한테도 아들뒷바라지는 예외가 아니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첫째아들에 대한 스트레스가 정말 많았나보다. 돌아보니 굴곡도 많았구나...
단촐하게 사는 나에게 기분좋은 친구이면 좋겠는데...달라는 거에 조금씩 질리기도 하고 내 생활이 바쁘기도 하여 조금 멀어져 버렸지..만 그래도 늘 편안하게 전화만 하면 닿는 옥이다
인물좋은 옥이남편은 한달쯤 병원에 있다보니 살이 빠져 환자가 되어있다. 셋이서 1층 커피점에서 냉커피를 마셨다. "가장이니 힘내셔야 해요. 기대고 사는 재영이엄마를 생각해서요..." ...오래 살아야 하는데...정말 걱정이 되었다.
운전하며 돌아오는 차속에서 세월의 흐름과 30대에 명절이면 가던 나이트클럽..보호자로 참석하던 옥이남편.. 같이한 이런저런 추억들..옥이내외와 같이 한 시간들이 생각난다. 세월의 허망함도 같이...가을이 시작됨이어서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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