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도 비슷한 인물이 있다. 프랑스 루이14세의 즉위 당시 재무대신이던 니콜라 푸케가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임금을 비난함으로써 명예를 구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능력을 볼썽사납게 과시함으로써 국왕을 욕보이고 눈 밖에 난 경우다.
그는 젊은 왕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 주기 위해 사상 최대의 파티을 열었다. 파리근교에 지은 자신의 저택, 보르비콩트 성의 완공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파티에는 라퐁텐, 몰리에르 등 푸케가 후원하는 당대 최고의 문학가들은 물론 유럽 각국의 명문 귀족들이 대거 참석했다.
파티는 산해진미가 차려진 저녁식사로 시작됐다. 식사 중에는 푸케가 왕을 위해 특별히 작곡을 의뢰한 세레나데가 연주됐다. 식사를 마친 다음 푸케는 루이 14세를 안내해 성의 정원을 산책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보르비콩트 성의 정원과 분수는 당시 유럽 최고 수준이었다.
특히 각종 관목과 꽃밭이 기하학적으로 배치된 정원은 보는 이들의 탄성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화려한 불꽃놀이가 정원의 운하를 수놓았고 몰리에르의 연극 공연이 펼쳐졌다.
푸케는 파티를 통해 자신의 우아한 취향과 다양한 인맥과 인기를 과시함으로써 자신이 탁월한 수상감임을 증명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손님들이 푸케에게 미소를 보낼 때마다 루이 14세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손님들이 국왕인 자신보다 푸케에게 더 호감을 느낀다고 생각했다. 루이 14세는 푸케에게 생애 최고의 파티이며 가장 아름다운 성이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다음날 푸케는 왕의 경호실장에게 체포됐다. 독직 혐의였다. 푸케는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피레네 산맥 깊숙한 곳에 있는 감옥에 20년 동안 갇혀 있다 죽었다.
왕보다 더 잘나 보이려 했다가 하루아침에 천길 낭떠러지에 떨어지고 만 것이다. 볼테르는 이렇게 말했다. "저녁이 될 때 푸케는 세상의 꼭대기에 있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이 됐을 때 그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이처럼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윗사람을 밟고 일어서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 그런데 역사 속에 수많은 뛰어난 인물이 이런 평범한 진리를 깨치지 못하고 잘못을 저지르고 만다.
때로는 자신의 능력을 감추고 필요한 만큼만 적당히 꺼내 보여주는 것도 현명한 일이다. 그것또한 능력이 아닐 수 없다.
푸케의 뒤를 이어 재무대신이 된 콜베르의 예를 보자. 콜베르는 유머감각도 없이 돈만 셀 줄 아는 멋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파리에서 가장 재미없는 파티를 여는 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국고를 튼튼히 하는 데는 그를 따를 사람이 없었다. 특히 국고로 들어오는 돈은 모두 국왕의 손을 통해 집행되도록 했다. 자연히 국왕의 창고에 금화가 쌓였다.
루이 14세는 그 돈으로 보르비콩트 성을 지은 건축가와 정원설계사를 불러 더욱 화려하고 더욱 웅장한 성과 정원을 지었다. 그것이 바로 메르사유 궁전이다. 콜베르가 루이 14세의 총애를 받았음은 물론이다.
현명한 사람은 이처럼 윗사람보다 잘나 보이려 하지 않는다. 잘나 보이려고 윗사람의 능력을 깎아 내리는 것은 더욱 어리석은 일이다. 윗사람에게 양보한 공은 모두 자기에게 돌아오게 마련인 것이다.
2007년 9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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