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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다이어리

나의 첫사랑 - 2003년 5월

누군가 첫사랑이야기를 물었다. 워낙 아득한 옛이야기여서.. (그 때 간략하게 적었던 글을 잊지 않으려 보관합니다)

70년대초.상업여학교를 졸업하던 해에 대기업입사시험에 통과, K사에 입사하여 경리부에 배정되었다. 그때는 건설경기가 한창이어서 회사에는 서울에서 유대학을 졸업한 젊은 인재들이 많이 구미공장으로 내려왔었다.

축구, 농구, 테니스, 탁구..그는 운동을잘하는 키큰 멋쟁이.Playboy기질의 그는 우리 여직원의 우상이었고 여직원들은 그의 이야기가 화제였다. 여학교를 금방 졸업한 꼬맹이의 눈에 9살이나 연상인 그노련한 행동은 어린 내마음을 설레게 했다.

그는 글씨체가 엉망인내 바로 윗상사의 동기였으며 구매담당으그의 도장이 찍힌 전표는 내게 넘어왔다.

면도자욱이 파란것도 처음 알았고 흰와이셔쓰에 카프스가 그렇게 멋지게 잘 어울리는줄도 처음 알았다

총무과의 아침시간은 시끄러웠다. 윗 분들..부장,과장..등등으로 시끌벅적한 가운데,

심부름으로 지나는 나를 큰소리로 불러 세우고는"Miss. 최.화장을 왜 하? 안하는게 예쁜데.. 지워"

그 자리에있던 ...총무부 남자직원들 다 웃고.. 지가 뭔데... 하면서나는.. 화장을 지웠다.

그 뒤에도 탁구장 사건. 야유회사건.. ..등으로여러 사건들이 생겼다.

나는 참 바보였다. 70년대시절의 여자들.. 사내의 스캔들은 큰일나는줄 알았다.

마음과는 달리... 거절하는것이 미덕인줄 알았다.

2년동안 일기장에는 그와의 생긴, 그냥 스친일까지잡다한 이야기로 적혀있었는데... 코스모스가 피어 있던 가을날. 사무실옆 잔축구장에서 총무부 가을축구대회가 있던 도중에, 의 서울본사발령소식을 들었고 나는... 밤새워 울었다.

22살. 그가 떠나고 난뒤에 살아있다고 느끼던 모든것들 나무.풀.돌. 숨쉬지 않는다는것도 알았다. 처음으로.

70년대는통신시설이 좋지 않아 회사교환을 통해야 시외전화를 하던 시절이었는데 그의 전화가 오는 날은 도청으로 소문이 퍼졌다.

여러군데를 인사를 거치고 난뒤에 제일 나중.. 나에게도 돌려졌다.

'연휴때 서울올라오면 안되나?'"내가 왜 가나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다..

사실 혼자 서울을 간다는 건 진짜 겁나는 일이었다

바보. 갔었어야 했는데...

어린마음에는서울이 무지멀고 아득한 곳.사실 혼자 서울을 간다는 건무지 용기가 필요한일이었다

후에도 가끔씩 그의 전화를 받았다. 뒤쯤 그의 결혼소식. 처음으로 먼저 전화했다. 그는 괜찮겠냐고 했다..이층 탈의실로 가서 울었다

그리고..스킨쉽 한번 못한짝사랑은 끝이 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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